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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미디어아트]

[공공 미디어아트] 북구청에 이어 구미코에도 작품을 걸었습니다, 그래서 홍콩에 갔습니다

홍석범·
[공공 미디어아트] 북구청에 이어 구미코에도 작품을 걸었습니다, 그래서 홍콩에 갔습니다

대구 북구청 아나몰픽 3D 전광판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구미코 컨벤션센터에도 작품을 올렸습니다. 도시의 화면에 작품을 거는 일을 두 번째로 하면서 생각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 생각 때문에 홍콩에 다녀왔습니다.

구미코에 걸린 화면

구미코 컨벤션센터 외벽 대형 LED에 상영 중인 영채(永彩)와 각국 국기
구미코 외벽. 각국 국기 사이에 작품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제 작품 「영채(永彩)」가 구미코 컨벤션센터에서 상영 중입니다. 외벽 대형 LED와 실내 패널 양쪽에서 돌아갑니다. 2026년 7월부터입니다.

컨벤션센터 앞이라 국기가 서 있는 건 당연한 풍경입니다. 다만 그 국기 아래 화면에 무엇이 나오는지는 당연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행사 안내와 로고입니다. 그 자리에 작품이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이번에 확인했습니다.

구미코 실내 에스컬레이터홀 25:9 LED 패널에 상영 중인 영채(永彩)
실내 패널. 오른쪽 안내판에 we welcome the World 라고 적혀 있습니다.

실내 안내판에는 we welcome the World 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 문장이 걸린 공간의 화면에 무엇이 나오는지가 결국 그 환영의 내용입니다.

도시가 더 다채로워지면 좋겠다는 생각

북구청 전광판을 하고, 구미코에 작품을 걸면서 생긴 생각은 이겁니다. 도시의 미관을 조금 더 다채롭게 만들고 싶습니다.

회색 외벽과 유리로만 된 건물에 그날의 색이 한 겹 얹히면, 그 앞을 지나는 사람의 하루도 조금 달라집니다. 큰 예산이 드는 일도 아닙니다. 이미 세워둔 화면에 무엇을 올릴지 정하는 일부터 시작됩니다.

그런데 두 곳을 하고 나니 모르는 게 더 늘었습니다. 어떤 패널이 좋은 패널인지, 도시가 공공아트를 실제로 어떻게 쓰고 있는지. 그래서 홍콩에 갔습니다.

그래서 홍콩에 갔습니다

두 가지 목적이 있었습니다. LED 패널 공급처를 알아보고 제품 품질을 눈으로 확인하는 일, 그리고 도시가 공공 미디어아트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공부하는 일입니다.

패널은 스펙표로 고를 수 없습니다

LED 패널 견적서를 받으면 숫자가 먼저 옵니다. 픽셀 피치, 밝기, 시야각, 주사율. 서류상으로는 어느 제품이나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정작 설치하고 나서 문제가 되는 건 그 숫자에 없는 것들입니다. 밝은 로비에서 검정이 검정으로 보이는지, 두 걸음 앞에서 픽셀이 만져지는지, 패널 여러 장을 이어 붙였을 때 이음매가 보이는지, 같은 회색을 화면 왼쪽과 오른쪽이 같은 회색으로 내는지. 쇼룸의 어두운 방에서는 전부 좋아 보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걸려 있는 화면을 보러 다녔습니다. 데이터시트가 아니라 눈으로 판단할 항목을 정리하는 게 이번 출장의 실무 목적이었습니다.

홍콩은 100년째 같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보존 전시된 홍콩 네온사인
약방, 금은방, 안경점 간판. 상업 간판이었던 네온이 지금은 보존 대상입니다.

실내에 네온 간판이 잔뜩 보존돼 걸려 있었습니다. 약방, 금은방, 안경점, 컬러텔레비전 간판, 그리고 皇都戲院(State Theatre) 극장 간판까지.

네온은 홍콩의 첫 공공 미디어아트였습니다. 다만 누가 기획한 예술이 아니라 장사하려고 건 간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간판들이 모여서 도시의 밤 얼굴을 만들었고, 지금은 떼어내 보존하는 대상이 됐습니다.

지금 그 자리를 LED가 대신합니다. 매체는 바뀌었지만 하는 일은 같습니다. 빛으로 거리에 말을 거는 일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이제는 그 화면에 무엇을 올릴지 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도 멈춰서 보지 않는 화면

홍콩 공공장소 대형 LED 월에 상영 중인 디지털 아트
사람들은 화면을 보지 않고 지나갑니다. 그게 실패는 아닙니다.

공공장소의 큰 LED 월에서 그림이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화면이 아니라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무도 멈춰서 보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휴대폰을 보며 지나갔습니다.

그게 실패는 아닙니다. 공공 미디어아트는 사람을 멈춰 세우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그 공간의 공기를 바꾸는 게 목적입니다. 지나간 사람이 화면을 기억하지 못해도, 그 통로가 어떤 곳이었는지는 기억합니다. 미술관 작품과 공공장소 작품의 성공 기준은 다릅니다.

다만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매일 같은 영상이 도는 화면은 몇 주 지나면 시민에게 벽지가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 공공데이터 API를 작품에 직접 연동해, 구군별 문화행사 수가 화면의 빛 밀도를 정하게 만들었습니다. 실시간 대기질과 기상 데이터를 받아 오늘의 도시 상태가 그대로 화면이 되는 작품도 있습니다. 오늘의 데이터가 들어가면 적어도 벽지가 되지는 않습니다.

도시는 외국인에게 어떤 언어로 인사하고 있습니까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다녀오면 공항에서 먼저 느낍니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이 늘었습니다. 입국장 줄에 서 있는 사람들의 언어가 예전보다 다양합니다.

그런데 도시로 들어오면 그 사람들을 맞이하는 방식은 거의 그대로입니다. 다국어는 안내판과 표지판에서 끝납니다. 안내판이 하는 일은 여기가 어디인지 알려주는 일입니다. 안내판이 못 하는 일은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려주는 일입니다. 공공 미디어아트가 놓이는 자리가 거기입니다.

기계식 split-flap 출발 안내판
정보를 전하는 장치가 그 자체로 보고 싶은 물건이 될 수 있습니다.

홍콩에서 기계식 출발 안내판을 봤습니다. 판이 넘어가며 글자가 바뀌는 그 장치입니다. 기능만 보면 지금은 화면 한 장으로 끝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 판은 정보를 전하는 장치가 그 자체로 보고 싶은 물건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관공서 안내 화면에서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정보를 넣는 일과, 그 정보를 보고 싶게 만드는 일은 다른 작업입니다.

그리고 다국어는 번역이 아닙니다. 최근 작업에서 같은 내용을 한국어판과 영어판으로 만들었습니다. 한국어판은 18분 37초, 영어판은 15분 53초입니다. 내용이 같아도 언어가 다르면 길이가 다릅니다. 공공장소 화면은 이 문제가 더 큽니다. 지나가면서 읽는 시간이 3초에서 5초인데, 그 안에 들어가는 글자 수가 언어마다 다릅니다. 번역만 맡기면 어떤 언어에서는 글자가 넘치고 어떤 언어에서는 화면이 비어 보입니다.

저희는 이 문제를 실무로 겪었습니다. 홈페이지 전체와 법적 고지를 8개 언어로 운영하고 있고, 기업 매뉴얼 영상은 한국어와 영어, 인도네시아어로 제작해 납품했습니다. 매뉴얼 영상은 300편 이상 만들었습니다. 언어별로 화면을 다시 잡아야 한다는 걸 그 과정에서 배웠습니다.

화면이 놓일 공간이 콘텐츠를 정합니다

곡면 목재 벽과 붉은 문이 있는 실내
이런 공간에 화면을 걸면 화면의 흰색은 흰색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곡면 목재 벽에 붉은 문, 파란 벽이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화면은 없었지만 오래 봤습니다. 이런 공간에 LED를 걸면 화면의 흰색이 흰색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따뜻한 목재가 반사광을 만들고 그 빛이 화면 위에 얹힙니다. 콘텐츠 색을 공간을 보기 전에 정하면 설치하고 나서 다시 잡게 됩니다.

해질녘 항구 야경, 건물 외벽의 대형 화면
이 거리에서는 건물 외벽의 큰 화면도 점 하나로 보입니다.

높은 곳에서 항구를 봤습니다. 이 거리에서는 건물 외벽에 걸린 커다란 화면도 점 하나로 보입니다. 미디어파사드 설계가 관람 거리에서 시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100미터 앞에서 볼 화면과 강 건너에서 볼 화면은 다른 콘텐츠여야 합니다. 가까이서 예쁜 디테일은 멀리서 사라지고, 멀리서 읽히는 큰 형태는 가까이서 조잡해 보입니다. 발주 단계에서 정해두지 않으면 완성 후에 둘 다 놓칩니다.

발주 담당자가 실제로 막히는 지점

담당자분들과 이야기하면 막히는 곳이 비슷합니다. 정리해 두겠습니다.

패널부터 세워야 하는지. 아닙니다. 이미 설치된 패널에 콘텐츠만 납품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구미코가 그 방식이었습니다. 16:9, 9:16, 25:9 어떤 화면비든 기존 패널 규격에 맞춰 제작합니다.

우리 지역 데이터로도 되는지. 됩니다. 대구 외 서울, 부산, 경북 등 해당 지자체 공공데이터 API로 교체해 제작할 수 있습니다. 공개 API가 있으면 연동 대상이 됩니다.

계약 절차. 세금계산서 발행이 가능하고 수의계약도 가능합니다. 보고용 1장 요약 자료가 준비돼 있어 내부 결재에 바로 쓰실 수 있습니다.

운영은 누가 하는지.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자동 구동되는 방식으로 구축합니다. 담당자가 매일 켜고 끄지 않아도 됩니다.

가져온 것

공급처 목록과 견적은 가져왔습니다. 다만 이 글에는 적지 않겠습니다. 아직 실제 납품으로 검증한 게 아니라서 좋다고 쓸 근거가 없습니다. 프로젝트에 실제로 쓰고 문제가 없으면 그때 적겠습니다.

대신 확실해진 게 있습니다. 패널은 눈으로 보고 고르고, 콘텐츠는 그 화면이 놓일 공간과 관람 거리를 보고 만듭니다. 순서가 반대면 설치하고 나서 다시 합니다.

북구청에서 구미코까지 두 곳을 하면서 생긴 바람은 그대로입니다. 도시가 조금 더 다채로워지면 좋겠습니다. 처음 온 외국인이라면 그 장면으로 이 도시를 기억할 겁니다.

공공 미디어아트나 미디어파사드 콘텐츠를 검토 중이시라면 문의해 주세요. 예산 규모와 기존 설비를 알려주시면 어떤 방식이 맞는지부터 같이 정리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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